| | |
 
PLUS 란? 법문/법회 교리/강좌 힐링/명상 오늘의법문 마음울림 이야기불교 수행 MP3다운로드
이야기 불교
  제   목 : 수덕사 바위틈에 피어난 버선꽃 (1)
  작성자 : BTN 조회수 : 144 작성일 : 2019-05-15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 사천이 덕숭산에 자리한 수덕사는 경허, 만공스님이 한때 주석을 했고, 견성암은 일엽스님이라는 여승이 아름다운 문필을 휘둘렀던 곳으로 유명하다.


일엽스님은 인연으로 하여 ‘수덕사의 여승’이라는 대중가요가 나와 유행하자 수덕사는 여승들의 가람으로 인식되기까지 했다. 본디 이 절은 백제 법왕 1년(599)에 지명대사가 창건한 절로, 대웅전은 백제 무왕 1년(600)에 건축한 치밀하고도 정묘한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대웅전은 현재 국보 제49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대웅전 벽화는 고구려 영양왕11년(백제 무왕1년)에 담징이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절의 창건설화는 너무나도 슬픈 얘기를 담아 오늘에 전한다.


예산 읍내에 수덕이라는 도령이 있었다. 훌륭한 가문에다 문무를 고루 갖추었기에 그의 이름은 널리 퍼져 나갔다. 인근 지역에서는 물론 다른 지방에서조차 수덕 도령을 신랑감, 사윗감으로 점찍고 있었다. 하지만 수덕은 학문을 계속해야 한다며 혼인을 미루었다.


하루는 수덕 도령이 시종들을 데리고 덕숭산으로 사냥을 갔다. 멀리서 보기에는 그저 밋밋하고 별로 볼품없어 보이는 산이 실제 산속으로 들어와 보니 그게 아니었다. 급한 여울과 완만한 계곡이 조화를 이루었고, 험한 산 바위 절벽과 아름드리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곳곳마다 수억만 년을 지나오면서 역사의 아픔들을 간직한양 설해목들은 벌렁벌렁 드러누워 있었다. 금방이라도 원가 튀어나올 것 같은 음습함도 있었고 마냥 드러누워 뒹굴고 싶은 풀밭들도 질펀하게 깔려 있었다. 수덕 도령이 시종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참 명산 중의 명산이로구나."


바로 그때였다. 수덕 도령의 말소리에 놀랐는지 나무 밑에서 뭔가 후다닥 뛰어 나가는 게 있었다. 노루였다. 노루는 한참 엉덩이를 자랑하면서 뛰어가더니 활 한 바탕 되는 거리에 멈추어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 이미 수덕 도령은 화살을 등 뒤에서 뽑아 활시위에 걸어 당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분명히 노루 앞에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수덕 도령은 눈을 씻고 보았지만 틀림없는 사람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시종들은 어찌하여 화살을 쏘지 않느냐고 채근을 했다. 수덕 도령이 말했다.


“저기 저 노루 앞에 여인이 보이지 않느냐? 내 눈에는 분명 사람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말하는 사이 노루는 간 곳이 없고 여인만이 남아 있었다. 수덕 도령은 활을 거두었다. 곁에 있던 할아범이 아쉽다는 투로 말했다.


“도련님, 어찌하여 활을 거두십니까? 시위만 놓으면 노루를 잡을 수 있었는데.”


수렁 도령이 말했다.


“이 산골짜기에 저토록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을까? 참 희한한 일도 다 있구나. 어찌하여 이 산중에 들어왔지?”


그제서야 할아범과 모든 시종들은 수덕 도령이 가리키는 방향에 처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미인도 미인이려니와 인가도 없는 첩첩 산중에 어찌하여 여인이 홀로 있느냐는 거였다. 그중에 누군가 말했다.


“혹시 여우가 둔갑한 것 아닐까요? 여우가 천년을 묵으면 사람으로 둔갑할 수 있다고 하던데. 그것도 대개 여자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다른 시종이 말을 받았다.


“맞습니다. 그래서 여자는 여우 같고 남자는 늑대 같다고 하는 것입니다. 도련님 화살을 한 번 쏘시지요. 둔갑한 여우는 죽으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하니까요.”


수덕 도령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시종들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


´정말 시종들 말대로 여우가 둔갑한 것 아닐까?´


그러나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만약에 너희들 말대로 화살을 쏘아 놓고 그것이 실제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시종들은 그 말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추측이 실제로 나타날 경우라면 다행이겠지만, 만에 하나 추측이 빗나가 진짜 사람을 죽인다면 그것은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수덕 도령이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오늘은 그만 돌아가자.”


시종들은 모처럼의 흥분과 호기심으로 더 사냥을 하고 싶었지만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수덕 도령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뛰는 가슴을 억제할 길없었다. 지금까지 많은 여인들이 구혼을 했고 만나자고 했지만 학문을 계속한다는 마음으로 모두 거절해 왔다. 그리고 아직까지 한 번도 마음을 빼앗은 여인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그 산중에서 만난 여인은 말 한마디 건네 보지 않았지만, 야릇하게도 수덕 도령의 마음을 꽉 채우고 있었다. 참으로 모를 일이었다.


“혹시 천생연분은 아닐까?”


천생연분을 왜 하필이면 그 첩첩 산중에서 만나겠는가. 그는 자신의 신분이 조금은 야속했다. 평민이라면 누구하고나 관계없이 남녀가 서로 만나 사랑하는 것이 허물이 되지 않았다. 평민들 세계에서는 자유연애가 허용되었다. 그러나 자신은 양반집 자제였다.


양반 가문에서는 부모가 정해 준 인연 외에는 설사 부부가 되었다 하더라도 남들 앞에서 내놓고 사랑하는 감정을 보일 수 없었다. 수덕 도령은 후회했다. 양반의 자제라 하더라도 만나서 얘기나 해 볼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산을 등지고 내려온 지도 오래 되었고 집에 이르니 낮이 차지했던 공간을 밤에게 내주고 있었다.


낮과 밤은 서로 교대해 가며 자연스럽게 공간을 채우고 있었지만, 수덕 도령의 마음속에 한 번 깊이 박힌 그 산중 미인은 교대할 줄 몰랐다. 책을 펼쳐도 눈에 보이는 것은 여인의 모습일 뿐, 글자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답답한 가슴은 터질 것만 같았다.


수덕 도령은 할아범을 시켜 그 여인의 행방과 거처를 알아보도록 했다. 양할아범은 여러 날 만에 그 여인이 누구이며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아냈다. 수덕 도령은 할아범이 도착하자마자 급한 대로 여인에 대해 물었다.


“할아범이 수고한 인사는 차차 하기로 하고, 그래 그 여인이 누구며 어디 산다고 하던가?”


“네, 도련님. 그 여인은 바로 건너 마을에 사는데 부모를 일찍 여의고 홀로 지내고 있다 합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녀는 예의범절이 뛰어나고 문장에 능할 뿐 아니라, 미모와 덕을 겸비하여 이웃 마을까지 혼담이 줄을 잇고 있다 하옵니다.”


“그래서?”


“하지만 여인은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합니다.”


“그래, 이름이 뭐라 하던가?”


“덕숭 낭자라고 합니다. 금년 나이 열여덟이라 하고요.”


할아범의 얘기를 듣고 난 수덕 도령은 우선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무엇보다도 혼담이 줄을 잇지만 거절을 한다는 것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이었다. ‘아무리 좋은 구슬이라도 꿰어야 보배 아닌가. 그녀가 아무리 아름답고 모든 것을 갖춘 제일의 신부감이라 하더라고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된다. 수덕 도령은 책 읽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는 훈장의 눈을 피하고 부모님과 집안 어른들의 눈을 피해 가면서 덕숭 낭자의 집 주의를 서성거렸다.


- 동봉스님이 풀어쓴 불교설화 中 -

리스트
 
  BTN, 신개념 콘텐츠 플랫폼 ‘BTN PLUS’ 첫 공개!
BTN소개 | 찾아오시는길 |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사업안내(광고/제휴문의) | 의견 및 문의하기
 
불교텔레비전(주) | 대표 강성태,구본일 |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265 (우) 06703 | 사업자등록번호 : 105-81-63314
Tel : 02.3270.3300 | Fax : 02.3270.3350 | 통신판매업신고 : 서초-0364호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노원래
COPYRIGHT (c) BT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