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따르르릉

나: 여보세요

기자: 어라스님이신가요?

나: 네, 누구시지요.

기자: 네 저는 월간 @@@기자입니다. 혹시 인터뷰 가능하신가요?

여러번 비슷한 질문들의 인터뷰 탓에, 왠만한면 사양하려고 했는데,

선배스님의 부탁으로 응하게 된 인터뷰.

날짜와 시간을 잡고, 내가 있는 절로 찾아온 기자는 행동과 말, 눈빛

모두 매우 조심스러워하는게 보였다.
그러려니 했지만, 인터뷰하는 내내 그이의 조심스러운 태도가
그저 스님을 대하는 교계 기자여서가 아니라,
 정말 신심 있는 불자였음을 진행되는 시간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게 불쑥 내민 시집 한권.

불어오는 바람을 가만히 품고 싶었으나 - 정영

한 그물에 꿰인

이 구슬이 나를 비추고 저 구슬이 비추고

나를 비춘 그 구슬이 또 저 구슬을 비치고 그 비친 구슬이

또 저 구슬에 비치고 세상 끝 모를 구슬들이 나를 비추니....

이 우주의 소란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세상의 가장 예쁜 물고기가 심해에서 울고

어쩔 수 없이 날개를 비벼야 하는 귀뚜라미가 울고

인간이 있어 외로운 개들이 울고

폭풍우 몰려드는 들판이 저토록 운다.

무주(無住)의 밤기차는 눈발 속에서도 달리고

허공에서 숨을 놓는 바람도 나를 버려두고 가니

나는 어떤 죽음이어야 좋다고 껴안을까.

마지막 구절과 제목이 묘하게 연결되어 시작과 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느낌이다. 혹시 여러분은 지금 어떤 바람을 맞이하며, 누군가의 바람이 되어

생과 사가 없는 들숨과 날숨이 되고 있는지요....

선물을 준비했노라며, 나에게 내민 시집이
그 조심스러움의 사유와 수행에 기인한 향기였음을
건네받은 기자의 명함을 들여다보고 알았다.

*인드라망: 화엄경에 나오는 삼라만상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