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으로는 선선했던 초여름이었다. 이 때는 벌들이 새집을 찾아 강산을 헤메는

때였는데, 막 오전 정진을 끝내고 몇 스님들이 모여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따..그리안혀도 살려고 왔는디..어째 쫓아 낸다는 것이 쪼까 거시기허요”

“뭐라케 싸습니꺼, 밥 물 때마다..마..붕붕거리싸 보이소. 몸도 까딱 못하고..”

“그렇네유…, 쫓아야되유.. 말아야 되유 ” 벌들은 순식간에 큰방을 뒤덮었고,

어서 여왕벌이 자리 잡기를 바라는 듯 더욱 큰소리로 붕붕거렸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우리네 스님들은 다른 한쪽에서 정확히 10분 정도를 ‘쫓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가지고 벌떼처럼 논의가 진행 중이었다.

마침 농사일에 잔뼈가 굵은 스님 한 분이 두 팔을 휘저으며, 빨리 쫓아내야 한다고 모든 격론을 중지시킨 이유는, 그 벌들이 쏘이면 치명적이라는 ‘한봉’이라 분류되는 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 벌들은 소용돌이 모양의 춤을 추며 처마 밑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그때서야 사다리가 동원되고 그 스님은 빗자루를 들고 올라갔다.

“그래 쌋따가 마 쏘입니데이, 쑥 연기로 함 쫓아 보이소” 누군가 걱정된다는 듯

말을 건넸다. 옆에 서 있던 나는 급한 김에 채공간에 쓰는 알루미늄 채에 쑥차를

털어 넣고 성냥불로 불씨를 만든 다음, 밑에서 입으로 후후 불이 붙어라 불고 있는데, 갑자기 내 모양을 보고 한 스님이 박장대소를 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벌집 밑에서 입으로 후후 불어대는 내 모습도 그러했지만 ,

그것을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다보는 스님들의 모습이 너무도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고 하였다. 그래도....그래도.. 이상한 것은 석 달이 지났어도 벌에 쏘였다는 스님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어째 써꺼나이..하필이면 큰방에..아따 저 여왕벌이 전생에 큰스님이었는갑쏘!”

“흐흐..마.. 내 년 봄엔 처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것 아입니꺼”

옛 기운이 아직도 살아있는 관음전 계단의 난간에는 이가 서너 개 빠진 돌사자가 위엄 있게(?) 지키고 서 있는 모습과 함께, 관음전 처마 아래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용 두 마리가 함께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작게는 분명히 교체해야 할 때가 지났지만, 기어코 쓰러질 때까지 쓰실 요량인지

탁상보를 씌워 여태까지 쓰고 있는 응진전의 낡고 낡은 탁상 하나와 새로 상좌를

맞이하신 노스님께서 처음으로 정성스레 내 주신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 두 통까지…

눈에 띄지 않아 쉽게 보아 넘겨버리면 영원히 못 볼 것이요, 그러나 보았다면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을 푸르름이 있는…, 오히려 더듬거리며 건네는 말이 더욱 진실해 보이는 것처럼, 더듬거리며 조심스레 오르는 모양이 너무나도 진지한 듯한 이런 모습이 눌산(訥山) 아래 눌인(訥人)들이 모여사는,

스님들께 대한 최고의 극찬이 아닐까? 조심스레 자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