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 쪽에서 누군가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침 법당보살이 곱은 손을 모으며 법당을 들어서네요. “와 바람이 장난이 아이네예..보살님 춥지예” 스님도 법당으로 나오시며 말씀하십니다.

곧이어 스님은 저를 한 손에 들고, 나무 작대기로 후리치기 시작합니다.

저는 언제나 그렇지만 너무도 아픈 이 고통조차도 ‘또로록 딱, 또로록 딱’ 청아한 소리를 내어야하는 목탁. 목탁!이랍니다.

시작은 아주 작은 곳에서였지요. 아시죠. 순간적으로 어떤 의미와 감정을 실어서,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들! “안녕하세요”라는 말조차 억양과 톤으로 감정과 앙갚음을 심는 기술!!

부처님의 도량에서 오래 살았지만, 저는 만나는 사람마다 그렇게 내 감정이 시키는 대로 살아왔지요. 그러고는 ‘나는 솔직했어’ ‘내 업이 그러니 어쩌겠어’ 나를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은 더더욱 아껴주고, 나를 싫어하고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야멸찬 짓을 했답니다. 그래도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던 공덕이 있어 죽기 직전 ‘부처님 제가 살아오며 지은 죄업을 참회합니다’라고 발원 하였답니다.

그...리...고...저는 저쪽 나라 저승!. 끝없는 터널을 지나, 천둥과 번개사이를 지나는 번뜩임이 있은 후! 눈을 떠보니 염라대왕 앞에 무릅을 꿇고 서 있었습니다.

염라대왕은 대뜸 소리를 질렀습니다. “네 이놈! 보지 않은 사실을 본 것처럼 말하였으니 다음 생에 너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듣지도 않았으면서 들었다고 거짓말을 하였으니, 다음 생에는 듣지도 못하게 될 것이다. 터진 입이라고 상처주는 말. 이간질 하는 말만 하였으니 네 입만은 아주 길게 찢어서 달아 놓을 것이다.”

“그래도 네 놈이 부처님 전에 지은 공덕과 마지막 발원이 그나마 진실하였기에,

그 보답으로 네 놈이 중생 짓을 할 때마다 일깨워주기 위해서 작대기로 내 놈을

후리치겠다.” 그리고는 염라대왕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해주었답니다.

“작대기가 너를 후리칠 때마다 발원하거라. 이 고통이 내가 다른 사람에게 준 고통이었구나. 이 아픔이 내가 다른 사람에게 준 아픔이었구나. 그리고 울부짖고 참회하며 발원하거라!” 이렇게해서 저는 바로 부처님 전의 법당에 목탁이 되었답니다.

매일 매일 순간 순간 번뇌 할때마다, 또로록 딱! 미워할 때, 또로록 딱! 언제 어디서나 또로록 딱! 순간 순간이 참회이며 순간 순간이 후회와 발원이랍니다.

좋고 싫음에도 표현 할 방법이 또로록 딱! 이것 밖에 없으니, 저는 차츰 모든 것에서 마음이 비워져 갔습니다. 내가 분별로써 인연 지은 것이 없어지니, 내게 오는 것도 분별없는 평화로운 삶이 이어졌습니다.

안과 밖이 텅 비어졌습니다. 내 몸, 목탁 안의 텅빈 구멍도 처음에는 한없는 외로움과 공허함으로 가득했지만, 지금은 그 속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목탁 구멍 속의 어둠이었다면....지금은 목탁 구멍 속의 우주가 되었지요.

‘또로록’하면서 만나는 모든 세상의 인연 속에서 ‘딱’하는 순간, 미움이 자비가 되고 분노가 선정이 되며, 한 덩어리의 나무인 목탁이 부처님의 법이 되는..저는 저는 목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