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얼, 몽골의 백탑과 역사의 반전

흥안령 서북쪽 기슭에서 어쩌면 가장 높은 곳에 백탑이 우뚝 서 있다. 정식명칭은 자적금강탑(慈積金剛塔)이다. 9층 건물에 10인(仞) 높이의 대탑! 999개의 계단, 1백여리가 조망되는 곳에 세워진 불탑은 부처님의 불광은 중생들이 부처님께 귀의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듯했다.

이곳은 원래는 몽골족이 신성한 제사를 드리던 장소였던 곳이다.

그런데 일본인이 점령하고서 이 몽골족의 신성한 제사장소를 부수고 포대(砲臺)를 설치하여 전투기지로 삼았다. 평화의 기지를 전투기지로 삼은 침략군의 만행이다. 어디 그뿐인가? 그 너머로 만인갱(萬人坑)은 일본인이 사람을 죽여 구덩이에 묻은 곳이다. 그런 곳이 역사의 수레바퀴가 돌아가서 일본이 패망하였으나, 몽골인들은 신성한 곳이 일본인에게 더럽혀졌다고 하여 제사장소를 옮겼다. 그곳에 무자년(戊子年)에 백탑이 세워졌으니 불과 6~7년 전의 일이다. 진흙 속에서 피어난 연꽃을 여기서 본 셈이다.

이곳 사는 사람들이 일본인의 만행에 대한 미움의 감정은 다음날 상점에서 보았다. 상점에서 물건 값을 흥정하면서 일본인이 아니고 한국 사람이기에 값을 깎아 준다고 하는 점원을 발견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앞에 세워진 만불사에서는 현장스님은 티베트불교의 모습을 설명하였다. 티베트에서 발원한 티베트불교가 동쪽으로 전해지는 과정, 그리고 몽골족과 티베트불교의 관계는 그렇게 쉽게 접할 수 없는 불교사 강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