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룬베이, 중원지역 진출의 진원지

사실 징키스칸만이 이 지역에서 발원한 것은 아니다. 이 지역이 갖고 있는 자연환경은 강한 세력으로 성장하게 만든 것이다. 대초원에서 나오는 풍부한 물산과 이를 경영하면서 필요한 말 타기와 이동습관은 곧바로 군대가 될 수 있었다.

그런 까닭에 이 지역에 자리 잡고 있었던 흉노는 한(漢)왕조를 건설한 유방을 작은 성에 가둔 일이 있었다. 자치통감에는 유방이 먼저 평성(平城, 산서성 大同市)에 도착하고, 군사들이 아직도 다 도착하지 않았는데, 흉노의 난제묵돌이 정예의 군사 40만의 기병을 풀어서, 백등(白登, 산서성 大同市)에서 이레간이나 황제를 포위하였고 한의 군사는 성의 안팎에서 서로 구원하거나 식량을 공급할 수가 없었다. 황제는 진평(陳平)의 비밀 계책을 써서 사자로 하여금 연지(閼氏)에게 두텁게 보내게 하였다. 유방이 간신히 살아 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흉노의 지파로 아시아 북동부에 있던 선비족 가운데 탁발(拓拔)씨는 호룬호로 이동하여 흉노를 대신하여 선비족의 연맹을 건설하고 다시 북위를 건설하여 중원을 통일하여 남조와 대결하는 남북조를 만들어 냈다. 북위왕조는 그 유명한 석굴(石窟)에 불상을 건설하는 대 역사도 일으켰던 왕조였다. 그 다음으로 위구루, 돌궐, 거란, 여진 등이 각기 왕조를 건설하였고, 앞서 말한 몽골족은 몽공제국, 원나라를 건설하였으며, 다시 만주족은 청을 건설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유적이 후룬베이에 남아 있지는 않았다. 다만 명상을 통하여 이 초원을 누볏을 말달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으로 만나 보는 또 다른 체험을 할 수가 있었다. 동아시아를 지배한 세력들이 탄생한 곳, 그 산과 물과 하늘만 보고도 왜 그런 세력이 나타날 수 있었는지 짐작이 된다.

달라이 호수, 그리고 달라이 라마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훌룬호(Hulun Lake）이다. 북방지역에 있는 유일한 대 호수이다. 내륙지대인 이곳은 사람들은 이를 호수라고 하지 않고, 바다라고 한다. 그래서 넓은 바다라는 의미로 달라이 호수라고도 부른다. 면적은 2,339㎢이나 남한 면적의 2.5%가 호수인 셈이고 중국의 5대 호수가운데 하나이다.

남방 같이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 큰 호수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이곳에 이렇게 큰 호수가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이 지역의 풍부한 임산자원과 광산자원과 함께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젖줄임에 틀림없다.

이들은 실크로드와 초원의 길을 통하여 끊임없이 티베트 불교를 수용하였으니 수 없이 많은 밀교(密敎)적 사승관계가 존재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가장 큰 스님을 달라이 라마라고 하지 않던가?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 중생을 다 포용하는 대자대비의 화신, 달라이라마! 비로소 달라이 라마에게 붙여진 이름을 훌룬호를 통하여 실감할 수 있었다.

나오면서

여행은 새로운 경험을 쌓는다. 보지 못했던 것들을 통하여 새로운 지식을 갖고 이해를 넓힌다. 그런데 내 몽골에는 눈에 보이는 것은 자연 그대로 일뿐이다. 그러나 그 자연 속에서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은 역동적인 역사를 보고 상상하는 것은 한 차원 높은 여행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 만족하기 보다는 대 자연을 모티브로 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관상하는 것은 수행 방법으로서도 원용할 만하지 않을까? 짧은 여행, 그러나 긴 여운을 남긴 힐링투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