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천교, 자랑스런 징키스칸의 고장

전날 저녁에 하이라이얼에 묵으면서 징키스칸 광장을 거닐었다. 시민들이 나와서 자유롭게 무용하는 모습은 자유스러운 유목민족의 피가 지금에도 흐르고 있는 듯하였다. 광장 이름이 징키스칸 광장이듯 상점마다 곳곳에 징키스칸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후룬베이 대초원을 조망하며 일대천교로 이동하였다. 목초가 자라기에 적당한 300㎜의 강우량, 목축에 최적의 광활한 초원, 이것이 북방민족의 발상지답다. 어얼구나 동쪽에 있는 칭키스칸의 선조인 몽올실위부(蒙兀室韋部)가 알난하(斡難河)·극로륜하(克魯倫河)·토랍하(土拉河)의 발원지인 긍특산(肯特山)지역으로 옮겼다가 400년 뒤에 징키스칸이 몽골초원을 통치하게 되면서 다시 이곳 후룬베이로 옮겼으니, 이곳 사람들이 징키스칸을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북방의 많은 부족 가운데 하나인 몽골부족이 북방종족을 하나로 하고, 다시 전 세계를 제패하지 않았던가? 지난 미레니엄에 미국의 뉴욕타임즈는 1001년부터 1999년까지 1천년의 역사 가운데 가장 위대한 인물로 징키스칸을 뽑았었다. 징키스칸의 몽골제국은 유아시아를 제패했고, 일한국, 킵착한국, 오고타이한국, 차가타이한국을 세웠고, 쿠빌라이는 중원지역을 정복하여 원(元)을 세웠고, 고려는 그 부마국이 되었으니, 동 유럽 모스코바에서부터 남쪽으로 이란에서 동쪽으로 중국대륙과 한반도까지 지배하였고, 이를 팍스타타르<타타르 족의 평화>라고 기리고 있지 않는가? 세계의 평화시대를 이룬 징키스칸, 그리고 그 발상지 후룬베이와 그 일대!

우리 일행이 이동한 숙소는 일대천교였다. 몽골전통양식의 숙소였다. 숙소는 전통적으로 중앙아시아 유목민의 거처하는 천막같은 집이다. 이를 유르트 [yurt]라고 하는데, yurta라고도 쓰며, 몽골어로는 ger라고 부르는데, 빠오라도고 한다. 하여간 우리 일행은 호텔의 방 대신 각자 하나의 게르에서 하루 밤을 묶는 기회를 가진 것이다.

이 일대천교를 운영하는 회사는 이 지역의 높은 언덕에 징키스칸의 조각물과 그 아래로 몽골제국을 이끌던 인물들의 조상(彫像)을 세워 두었고, 우리들이 묶는 게르 문 앞에는 몽골부족의 단위인 대장(大帳) 이름을 붙여 두었다. 내가 묵은 게르의 문앞에는 발아첩대장(孛兒帖大帳)이라고 붙어 있었다.

발아첩(孛兒帖)을 몽고어로 읽으면 보얼테（蒙古语：ᠪᠥᠷᠲᠡ，Börte，시리아문자：Бөртэ；1161~1236）다. 그런 그가 누구인가? 대몽고제국의 황후였다. 그녀의 성는 패사홀아홍길자(孛思忽兒弘吉剌)씨로 원 태조 징키스칸의 정처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덕설선(德薛禪)이고 어머니는 속단(速壇)이었다. 그녀는 수십 명의 징키스칸 처첩 가운데 가장 존중을 받았던 인물이고, 그녀 소생의 4남 5녀 가운데 4한국의 칸이 된 오고타이와 차가타이가 있다. 이러한 역사를 되짚어 보면 비록 하루 저녁이지만 징키스칸 황후의 장막에서 하루 밤을 지내는 듯하다.